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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인호, <최인호의 인연>

보련산 2018. 6. 23. 07:21

인연

 
세상에 낯선 두 남녀가 만나
서로를 사랑하는 일은 기적이다. 

겨울에 눈 내리는 일처럼,
저녁이 찾아오면 빛이 잠드는 일처럼
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은
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지만,  
 
그러나 오래된 가구의 모서리에서
죽은 나무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일처럼, 
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슬픔의 벼랑에서
어느 날 문득 구원받는 일처럼  

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 
또 그 누군가로부터 동시에 사랑받게 되는 일은 
참으로 신이 허락한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없다. 

이토록 넓은 세상에서,
이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
나는 당신을 만났다.
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
당신 또한 나를 사랑한다. 

사랑하는 남녀의 인연이란
그래서 눈부시게 두렵고 아름다운 기적이다. 
 
 
 
- 최인호, <최인호의 인연> 중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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